생물학
1907년 생물학자 헨리 밴 피터스 윌슨은 해면을 곱게 다져 고운 체에 걸러 낱개 세포로 흩어 놓았다. 세포들은 바닷물 속에서 서로 뭉치기 시작해 몇 주 뒤 다시 온전한 해면으로 자라났다. 이후 두 종의 해면 세포를 섞은 실험에서도 각자 자기 종끼리만 알아보고 뭉쳐 두 개의 해면으로 갈라졌다. 뇌도 신경도 없는 세포 덩어리가 서로를 구별하고 재조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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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의 DNA에는 이론상 약 215 페타바이트, 즉 영화 약 2억 편 분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4가지 염기 A·T·G·C가 이진법 대신 4진법 저장 매체 역할을 한다. 2017년 하버드 의대 조지 처치 팀이 짧은 영화·이미지를 DNA에 저장하고 오류 없이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적절한 조건에서 수천 년 이상 데이터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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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눈의 흰자위(공막)가 뚜렷이 드러난다. 침팬지·고릴라의 공막은 어두워 시선 방향을 숨길 수 있지만, 인간의 흰 공막은 상대방 시선을 멀리서도 읽게 해준다. 이 '비밀 없는 눈'이 언어 이전의 협력적 사냥과 비언어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는 '협력적 눈 가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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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공중 사냥에 특화된 곤충이다. 한 실험에서 잠자리 Libellula cyanea는 초파리를 상대로 최대 95%의 포획 성공률을 보였다. 비결은 단순 추격이 아니라 예측이다. 뇌와 시각계가 먹잇감의 이동 궤도를 계산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네 날개가 선점 지점으로 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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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나방은 접근하는 박쥐에게 초음파 클릭음으로 반격한다. 2009년 《사이언스》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나방은 박쥐가 가까이 올 때 초음파 클릭음을 발사해 박쥐의 거리 계산을 교란한다. 박쥐의 청각 탐지와 나방의 음향 반격이 수천만 년간 이어진 진화 군비경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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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세포 하나에는 약 2m 길이의 DNA가 지름 6μm짜리 핵 속에 압축되어 있다. 인체의 핵 있는 세포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총 DNA는 수백억 km, 지구-태양 거리를 수백 번 잇는 길이다. 이 실을 핵에 담기 위해 DNA는 단백질 실패에 촘촘히 감겨 최대 약 1만 배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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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는 매일 밤 저체온 수면(torpor)에 들어간다. 활동 중 분당 500~1,200회 뛰던 심장이 50회 이하로 느려지고, 체온은 40°C에서 10°C 안팎으로 떨어지며 대사량이 95% 감소한다. 이 상태 없이는 하룻밤 사이에 굶어 죽는다. 동이 트기 1~2시간 전, 날개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며 스스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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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매미의 배 속은 텅 비어 있다. 내장이 있어야 할 공간 대부분을 발음 기관과 공명강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배 안쪽의 딱딱한 막(타이벌)이 근육에 의해 빠르게 접혔다 펴지면서 소리를 만들고, 텅 빈 배 전체가 울림통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곤충 기록 보유자인 아프리카 매미 일종은 이 구조로 106데시벨까지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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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기저눈물(상시 보습)·반사눈물(자극 반응)·감정눈물(감정 반응) 세 종류이며, 생화학 성분이 실제로 다르다. 1980년대 연구에서 감정눈물에는 스트레스 연관 프롤락틴과 망간이 반사눈물보다 유의미하게 더 포함됨이 확인됐다.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에 생화학적 근거가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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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암수는 날갯짓 주파수가 서로 다르지만, 짝짓기 전 서로의 박자를 실시간으로 조율해 공통 배음으로 수렴한다. 이집트숲모기는 암컷(약 400Hz)과 수컷(약 600Hz)이 만나면 공통 배음인 1,200Hz로 맞춘다. 2009년 《사이언스》 연구에서 이 박자 동기화가 짝 선택의 핵심 기준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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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에 사는 스테노카라 딱정벌레는 몸 표면의 미세 구조로 안개에서 물을 모아 마신다. 날개 덮개에 친수성 돌기와 소수성 홈이 번갈아 있어, 안개 방울이 돌기에 맺혔다가 홈을 타고 입 쪽으로 흘러내린다. 2001년 《네이처》에 소개된 이 구조는 물 부족 지역을 위한 안개 수집 장치의 설계 원리로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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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교과서는 인체의 세균 수가 인간 세포 수의 10배라고 가르쳤다. 1972년 한 연구자의 어림짐작에서 나온 수치였다. 2016년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가 재계산한 결과, 장내 미생물 수는 약 38조 개로 인간 세포 30조 개와 1.3 대 1에 불과했다. 40년 넘게 무비판적으로 인용된 숫자가 10배나 부풀려져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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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바다 민달팽이는 조류를 먹고 소화하지 않은 엽록체를 자기 세포 안에 보관한다. 이렇게 훔친 엽록체가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광합성을 해 에너지를 만든다. 동물이 잠깐 ‘태양광 배터리’를 장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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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연구자들은 젖은 접시에 도쿄 주변 도시 위치대로 귀리 조각을 놓고 점균을 풀었다. 뇌가 없는 단세포 생물은 먹이를 잇는 관을 만들다가 불필요한 길을 줄였고, 최종 네트워크는 실제 도쿄 철도망과 효율·비용·복원력이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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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눈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유럽울새의 눈에 있는 크립토크롬 4 단백질은 빛을 받으면 전자 스핀 상태가 자기장에 따라 달라진다. 2021년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실제로 자기장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 조류의 나침반 감각이 양자역학과 연결될 수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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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도 빛을 낸다. 2009년 일본 도호쿠대 연구진이 초고감도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얼굴·목·가슴이 미약한 가시광선을 방출했다. 적외선 체온이 아닌 대사 반응에서 나오는 생체광자로, 육안 감지 한계보다 약 1,000배 낮을 뿐이다. 발광량은 오후에 피크를 이루고 밤이 되면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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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셰르파족의 고도 적응은 혈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은 고도에서 적혈구를 늘려 산소를 옮기지만, 셰르파족은 비교적 낮은 헤모글로빈으로도 근육의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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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는 물속에서 사냥할 때 눈·귀·콧구멍을 모두 닫는다. 주둥이 피부에 약 4만 개의 감각 세포가 있어 먹이 근육이 내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한다. 포유류 중 이런 감각을 가진 예는 극히 드물어, 오리너구리를 더욱 이질적인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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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해파리'로 불리는 Turritopsis dohrnii는 스트레스나 손상을 받으면 성체에서 다시 어린 폴립 단계로 돌아갈 수 있다. 늙어 죽지 않는다는 뜻이지 무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 바다에서는 다른 동물에게 먹히거나 병에 걸리면 그대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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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가 흘리는 붉은 '피땀'은 땀도 피도 아니다. 하마는 땀샘이 없어 피부밑 특수한 샘에서 붉은 액체를 분비한다. 교토약대 연구진에 따르면 색소 '히포수도르산'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천연 차단제이자, 병원균 증식을 막는 항생제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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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98%는 ABCC11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체취가 거의 나지 않으며, 99%는 바삭바삭한 귀지를 가진다. 반면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97%는 강한 체취와 눅눅한 귀지를 가진다. 같은 유전자 하나의 변이가 이 두 가지 차이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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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젖은 원래 알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피부 점액에서 진화한 것이다. 현존하는 유일한 알 낳는 포유류인 오리너구리는 지금도 몸에서 분비한 점액으로 말랑말랑한 알을 촉촉하게 유지하며, 부화한 새끼는 이 점액을 먹어 영양분을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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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새는 음경이 없으며, 암수 모두 '총배설강'이라는 하나의 구멍을 맞대어 교미한다. 그러나 오리는 예외적으로 나선형 음경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긴 기록은 42.5cm로 몸길이에 맞먹는다. 혈액이 아닌 림프를 통해 발기하며, 1초 만에 완전히 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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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출산 과정에서 간혹 피부와 털로 덮인 둥그런 살덩어리가 태어나는데, 이를 '무정형 구체(Amorphous globosus)'라 한다. 쌍둥이 중 한쪽이 정상 발달에 실패하고 다른 쪽의 혈액 순환에 기생하여 형태 없는 공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소의 경우 약 3,500번의 임신 중 1번꼴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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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개미는 시력이 거의 없어 페로몬을 따라 이동한다. 선두 개미가 자신의 흔적을 다시 따라가면 전체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끝없이 돌다 죽는데, 이를 '앤트 밀'이라 한다. 1921년 관측된 앤트 밀은 지름이 370m에 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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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으면 '잠수 반사'가 발동한다. 심박수가 10~25% 낮아지고, 팔다리로 가는 혈류를 줄여 심장과 뇌에 산소를 집중시킨다. 모든 포유류에게 존재하는 이 반사는 바다에서 살았던 먼 선조의 흔적이며,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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